본문 바로가기
고전문학

개암가 (가사)

by happyssony 2024. 9. 8.
반응형

개암가(皆岩歌)

조성신

 

청춘에 병이 들어 공산에 누었더니

일편 잔몽에 호접의 나래 빌어

장풍을 경마 들고 남포로 나려가니

초선도가 어디메뇨 개암정이 여기로다

어주를 흘러 타고 백구에 길을 물어

굽이굽이 돌아드니 수석도 명려하다

계변에 누운 돌은 석국이 벌어 있고

석간에 솟은 물은 박잔이 띄워 있다

등라를 후려 잡고 석국을 더디 밟아

운창을 바삐 열고 주인영감 배읍하니

확삭할사 선풍도골 거룩할사 수고강녕

세가지 상체화는 춘당이 함께 놀고

오색의 영아희는 노래자를 부럴소냐

금슬 시서는 안상에 들어 있고

옥수 방란은 정전에 빌어있다

한훤을 맞은 후에 헌함에 비겨 앉아

원근 산천을 일안에 굽어보니

동취병 서취병은 봉만도 수려하고

기암괴석은 천학도 기절하다

일월산 일지맥은 남록으로 뛰어 나려

곡곡용반하고 준준호거하여

청산벽계 굽이굽이 백리에 연했거늘

외로이 부용봉만 무슨 일로 독립하양

버려 흩어 잘나져서 학의 나래 솟았는듯

수충대 나려앉아 요조동탁 터가 되니

좌우제산 모든 봉이 너를 위해 삼겼던가

하우씨 큰 도계에 석문이 갈라지고

진시황 성난 채에 이 바위 걸어왔다

아름다운 옥녀봉과 옷드름한 화선봉이

장엄하고 기이하여 울울창창 벌여 있고

기화요초 잦은 곳에 귤자 바두 흩었는 듯

분벽사창 밝은 방에 운모병풍 둘렀는듯

산경은 이러하니 수세는 어떻던고

약산당 동변수와 서석정 서변수와

남북에 흐른 물이 함께 모여 드난지라

황재여울 둘러오고 병풍바위 돌아들어

만장창벽 깨뜨리고 양수합금 소이 되니

은홍이 뛰었는 듯 옥홍이 들었는 듯

석판에 흐른 물은 들오는 곳 보건마는

중담에 잡힌 물은 나가는 곳 못 볼어라

남경대와 화개산은 팔경을 도와 있고

서호양 봉람호는 수문을 잠갔으니

백색풍경과 층층수석은 말로다 뉘 전하며

아니 보아 어이하리

하목은 제비하고 수천은 일색이라

금파에 야적하니 뛰노나니 금잉어요

경사에 캐월하니 잠자는 게 백구로다

남북촌 모든 집과 상하촌 넓은 들은

벽전에 암암하니 가지 가지 기경일다

뭉을뭉을 저녁 연기 동정호에 피어나고

아른아른 새벽 별은 은하열수 썩 돋았다

계명구폐 잦았으니 태평성대 기상이오

어가목적 화답하니 여강구 풍화로다

연적봉에 날이 지니 도로행인 돌아가고

비파담에 달이 뜨니 강촌어부 나려간다

무심출수 저 구름은 너는 어이 떠 있으며

천비지환 이 새들아 너는 어이 날았던고

조운모우 만만상과 춘화추엽 물물홍은

어나 아니 뉘 차지며 어나 아니 뉘 물을고

천간지비 이런 곳에 선인폐려 옮겨두고

효자효손 기 아니며 긍구긍당 빛이렸다

층층물색 다 던지고 일당성회 더욱 조타

심팔군선 모인 곳에 남극성 비취었다

거룩할사 우리 일문 고년대질 하고 할사

개개히 백발이오 면면히 환구로다

향산구로 못 보거든 낙중기영 예 왔도다

단청을 그려내어 이때를 밝히고져

석벽에 새겨내고 고사를 유전코져

임술추 명년이라 이 날에 다시 노세

소학사 옛 풍류를 손에 옮겨 부쳐두고

일배주 가득 부어 만년축수 다시하니

남산송백 푸르렀다 축수를 마친 후에

군선의 손을 잡고 초선도로 가잤더니

청청한 학의 소리 깨다르니 꿈이로다

꿈 가운데 놀란 경을 혼자 앉아 노래하니

남산에 저 기러기 이 노래 가져다가

우리 성주 용상하에 세세히 들리고져

 

핵심정리

 

* 갈래: 가사

* 작자: 조성신

* 시대: 조선후기(1801). 작자나이 36세때

 

조성신

 

1765(영조41)-1835(헌종1) 조선 후기 때의 문인. 호는 염와. 1792년 그의 나이 28세 때 도산시(陶山試)를 치르고 돌아와 32세에 양안(兩眼)을 실명하여 향리인 영양에 은거했다. 가사작품<도산별곡><개암가>가 있다.

 

해설

 

경북 영양군 입암면(立岩面)에 있는 개암정(皆巖亭)의 모습과 부근의 산수에 대하여 읊은 노래이다. 작자는 실명(失明)하기 전에 개암정을 유람했는데, 실명 이후에 개암정의 빼어난 경관을 회상하며 지은 작품이다.

 

내용은 개암정과 그 주변의 산천풍경을 노래하며 벗들과 함께 풍류를 즐기던 일을 되새기며, 청춘에 병든 자신의 감회를 읊었다. 󰡒청춘에 병이 들어 공산에 누엇더니, 일편잔몽(一片殘夢)에 호접(蝴蝶)의 나래 빌어 …󰡓로 시작되는 이 가사는 한글 사본으로 전한다. 음수는 3 4조와 4 4조가 주이며, 형식은 4 음보 1 구로 계산하면 77 , 2음보 1구로 계산하면 152구이다.

반응형

'고전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세유포 (수필)  (2) 2024.09.08
경설 (설)  (0) 2024.09.08
강촌 (중국한시)  (3) 2024.09.08
강상문가 (한국한시)  (0) 2024.09.08
강남봉이구년 (중국한시)  (1) 2024.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