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촌(江村)
두보
ᄆᆞᆯᄀᆞᆫ ᄀᆞᄅᆞᇝ ᄒᆞᆫ 고ᄇᆡ ᄆᆞᅀᆞᆯᄒᆞᆯ 아나 흐르ᄂᆞ니
긴 녀르ᇝ 江村(강촌)애 일마다 幽深(유심)ᄒᆞ도다.
절로 가며 절로 오ᄂᆞ닌 집우횟 져비오
서르 親(친)ᄒᆞ며 서르 갓갑ᄂᆞ닌 믌 가온ᄃᆡᆺ ᄀᆞᆯ며기로다.
늘근 겨지븐 죠ᄒᆡᄅᆞᆯ 그려 쟝긔파ᄂᆞᆯ ᄆᆡᇰᄀᆞᆯ어ᄂᆞᆯ
져믄 아ᄃᆞᄅᆞᆫ 바ᄂᆞᄅᆞᆯ 두드려 고기 낫ᄀᆞᆯ 낙ᄉᆞᆯ ᄆᆡᇰᄀᆞᄂᆞ다.
한 病(병)에 얻고져 ᄒᆞ논 바ᄂᆞᆫ 오직 藥物(약물)이니
져구맛 모미 아 밧긔 다시 므스글 求(구)ᄒᆞ리오.
<두시언해>
淸江一曲抱村流(청강일곡포촌류)
長夏江村事事幽(장하강촌사사유)
自去自來堂上燕(자거자래당상연)
相親相近水中鷗(상친상근수중구)
老妻畵紙爲碁局(노처화지위기국)
雉稚子敲針作釣鉤(치치자고침작조구)
多病所須唯藥物(다병소수유약물)
徵軀此外更何求(징구차외경하구)
<원문>
시구 풀이
* 고ᄇᆡ : 굽이
* 유심(幽深)ᄒᆞ도다 : 고요하고 한가하도다
* 겨지븐 : 아내[妻]는, 중세 국어에서 ‘겨집’은 비어(卑語)가 아니고 평어(平語)로서 ‘아내’, ‘마누라’의 뜻.
* 죠ᄒᆡᄅᆞᆯ : 종이를
* ᄆᆡᆼᄀᆞᄂᆞ다 : 만드는구나.
* 져구맛 : 조그만
* 므스글 : 무엇을
* 절로 가며 절로 오ᄂᆞ닌 집우횟 져비오 : 강촌의 서경 중 사물의 그윽함을 나타내, 자연과 인간의 물아일체(物我一體), 자연 친화의 정신을 드러내고 있다.
* 늘근 겨지븐 죠ᄒᆡᄅᆞᆯ 그려 쟝긔파ᄂᆞᆯ ᄆᆡᇰᄀᆞᆯ어ᄂᆞᆯ : 강촌의 풍경 중에 사람들의 정감을 노래하고 있다. 겉으로는 단란한 가정을 그리고 있지만, 속으로는 바둑의 흑백의 대결과 낚시의 굽고 바름의 대결을 언급하며 서로 물고 헐뜯는 세태를 풍자하고 있다.
현대어 풀이
맑은 강의 한 굽이 마을을 안아 흐르니
긴 여름 강촌의 일마다 그윽하도다. (1-2행 긴 여름의 강촌 모습)
절로 가며 오는 것은 집 위의 제비요
서로 친하며 서로 가까운 것은 물 가운데의 갈매기로다. (3-4행 사물 속의 정감)
늙은 아내는 종이를 그려 장기판을 만들거늘
어린 아들은 바늘을 두드려 고기 낚을 낚시를 만든다. (5-6행 사람 사이의 정감)
많은 병에 얻고자 하는 것은 오직 약물이니
이 천한 몸이 이것 밖에 다시 무엇을 구하리오? (7-8행 자족하는 생활 모습)
핵심정리
* 갈래: 칠언율시(七言律詩)
* 연대: 두보가 49세(760년)에 지음
* 표현: 대구법, 대조법, 풍자법, 상징법, 선경후정, 원근법 구성, 세태 풍자
* 태도: 안분지족(安分知足)
* 제재: 강촌(江村)
* 주제: 긴 여름 강촌의 삶, 지족(知足)의 삶
* 출전: 분류두공부시언해(分類杜工部詩諺解) 초간본 권 7
두보
두보(杜甫, 712-770) 당(唐)의 시인. 자는 자미(子美). 호는 소릉(少陵). 중국 최고의 시인으로서 시성(詩聖)이라 불린다. 생애의 대부분을 방랑 생활로 지낸 불우한 체험을 바탕으로 인간애가 넘치는 많은 작품을 남겼다.
해설 1
칠언 율시로, 49세 되던 해에 성도(成都)에서 지은 작품이다. 수련(首聯-1,2행), 함련(頷聯-3,4행), 경련(頸聯-5,6행)에서는 여름날 강촌의 한가하고 정겨운 풍경이 그려져 있다. 맑은 강이 마을을 안아 흐르고, 제비와 갈매기가 날고, 아내는 종이에다 장기판을 그리며 아들은, 고기 잡을 낚시를 만들고 있다. 미련에서는 병을 다스릴 약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여유를 보이고 있다. 적절한 대구(對句)가 작품의 묘미를 더해 주고 있으며 특히,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여도 속으로는 어지럽기만 한 인간사(人間事)를 갈파한 경련(頸聯)은 두보의 시재(詩才)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해설 2
성도(成都)의 완화초당(浣花草堂)에서 두보가 생활한 것은 49세에서 50세 지나서
까지인데, 이 동안에 쓴 시는 매우 건강한 시로 평가되어 있다. 그것은 두보의 생
활이 매우 안정되었음을 뜻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다. 가령, '강촌'
같은 시를 보면, 시인이 자연을 무시하거나 적대시한 것이 아니라 선의(善意)로
보았음이 분명하다.
또 이 무렵, 시에 술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 알코올 소비의 미덕이 일찍이 진주(秦
州) 시절에는 한 번도 나타난 적이 없었음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실상, 술은 두보
의 종생(終生)의 반려였는데, 독한 술로 근심을 잊으려는 자포적인 것이 아니라,
화해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도 두보다운 것이라 할 만하다. 개인의 위기 의식이
나 사회의 비판을 좌시하지 못하는 두보로서는 술로써 도피할 수는 없었던 것이
다. 술은 자연의 선의로 향한 초당 생활에 비로소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 그의 시에는 가족 또는 아우에 대한 걱정이 깔려 있으나, 이러한 인정적 요소
가 극적인 정서의 객관적 상관물로 결정되지 못하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 그 이유
는 그의 가족이나 아우가 피난 속에 혹은 방랑 속에서도 언제나 안전했고, 어떤 극
적인 비극, 가령 죽음의 막다른 골목에 처한 바가 없었기 때문이라 할 수도 있다.
이렇게 두보는 약 5년간 촉중(蜀中)을 방랑한 바 있고, 이 생활이 그의 생애 중에
서는 비교적 행복한 기간으로 평가되어 있다. 이미 정치에서 손을 뗐기 때문에 문
학에 전념하는 길뿐이었다. 이 경우, 문학에 전념한다는 것은 실상 생의 허무를 막
는 하나의 방편적인 것으로 이해된다. 문공정치(文公政治), 현인 정치(賢人政治)
를 염원하던 두보가 그 이념을 상실했을 때에 시란 결국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문
학, 곧 시의 포괄적 기능으로서의 도(道)라는 철학의 영역이 남을 뿐이다. 이 자리
에서 문학에 전심한다는 것은, 순수한 정치를 읊은 시가 아니라, 소극적으로 사는
꾀를 읊은 시를 뜻하게 될 것이다. 시와 정치를 동일하게 보는 순수한 태도가 순수
한 것이고, 그렇지 않은 후기의 시는 이런 뜻에서 볼 때에 순수하지 못한 것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초기에 그는 문장은 천고의 일이라 했으나, 이 후기에 와서
는 구태여 좋은 글귀를 요구함이 아니라 시름이 오기 때문에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를 썼던 것이다.
참고: 두보의 문학관과 두보 문학의 의의
그의 시는 전란 시대의 어두운 사회상을 반영하여 사회악에 대한 풍자가 뛰어나며 만년의 작품은 애수에 찬 것이 특징이다. 형식적 기교에 뛰어나고 유교적 현실주의를 표방하는 시성(詩聖)이었다. 한유(韓愈), 백거이(白居易) 등 한시(漢詩)의 대가(大家)들에게 선구적 입지를 인정받고 1,400여 편 이상의 수작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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