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녀가(戒女歌 )
작자미상
아해야 들어봐라 내 본래 소루하야
범사에 등한하고 자녀지정 바이 없어
오남매 너 하나를 십칠년 생장토록
일언반사 교훈없이 자행자재 길렀으니
견문이 바이 없어 일무가관 되었으니
연거장성 하였으며 매작이 구혼하니
울산산성 엄씨댁에 길연이 거리런가
문벌도 좋거니와 가법이 장할시고
층층분 인심인물 뉘 아니 칭찬하리
사심이 과협하야 일언에 결약이라
어구풀이
* 소루(疏漏) : 생각이나 하는 일 따위가 꼼꼼하지 못하고 조심과 주의가 모자라는 것
* 범사(凡事) : 온갖(모든) 일.
* 등한(等閒) : 주의를 돌리지 않고 무심한 것.
* 자녀자정(子女慈情) : 자녀에 대한 알뜰한 애정.
* 일언반사(一言半事) : 한마디의 말
* 자행자장(自行自長) : 마음대로 교양없이 자라는 것.
* 일무가친(一無可觀) : 하나도 보잘 것이 없음.
* 년기장생(年紀長生) : 나이가 벌써 들어 다 자란 것.
* 매작(媒妁) : 혼사를 중매하는 사람.
* 층층분(層層分) : 이미 돌아가셨거나 살아있는 부모, 조부모, 증조부모로 치오르는 역대의 어른들.
* 과흡(過冾) : 아주 만족하고 흡족하다.
* 결낙(決諾) : 승낙, 하락하는 것.
무어지절 염유일에 도요지절 되었구나
전안청 빈주석에 현서를 맞아보니
표연한 저 거동이 계군에 서봉일세
심중두제 군자태요 고명현달 부귀상이
택서고망 맞혔으니 의기가인 어찌할가
내 옆에 생각하니 좋은 중에 걱정이라
너 비록 미거하나 자질이 방사하니
교훈이나 하여볼가
어구풀이
* 무오년념육일(戊午年 念六日) : 무오년 동짓달 스무 엿새 날.
* 도요지절(挑夭之節) : 혼일 할 때.
* 전안청(奠雁廳) 빈주석(賓主席) : 혼례식장의 주인과 손님의 자리.
* 현서(賢壻) : 어진 사위. 사위의 존대말.
* 군계에 서봉(鷄群에 瑞鳳) : 닭중의 상서로운 봉황새. 여기서는 군자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 심중개제 군자태(沈中愷悌 君子態) : 침착하고 화락한 군자의 태도.
* 공명현달 부귀상(功名顯達 富貴相) : 공을 세워 명망이 높아 귀하게 될 상.
* 택서고망(擇壻高望) : 사위를 가리는 높은 희망.
* 의기가인(宜其家人) : 시집 사람들에 화순한다는 뜻으로 시집살이를 말한다.
* 방사 : 타고난 성품이 무던하다.
오날날 본선하니 깨쳐나면 되나니라
고사에 실린 말삼 역력히 있건마는
장황하여 다 못하고 대강으로 기록하니
자세히 들어두고 명심하야 잊지마라
태임태사 착한 사적 만고에 유훈이요
그 남은 유자군자 여자 중에 몇몇인고
지금도 짐작하면 옛사람뿐이로다
인문이 생긴 후에 오륜이 쫒아나니
규중에 여자로서 다 알 수야 있나마는
칠거지악 옛법이라 삼종지도 모를소냐
그 중에 사친지도 백행중에 으뜸이라
효자의 애일지심 백년이 순식이니
순식간 사친사를 일시인들 잊을소냐
은공히 뜻을 두고 지성으로 봉양하되
혼정지정 석달 사친 대체로 하련마는
사질이 있으나마 냉철없이 있지 말고
자주자주 나아가서 기운을 살핀 후에
안색을 화케하며 소릴르 낮초와서
문안을 드린 후에 음식을 묻자오며
잠죽히 기달려서 묻난 말삼 대답하고
음식을 공궤하되 구미를 맞초와서
찾기를 기대말고 때 맞초와 드리오며
없다는 청탁마라
어구풀이
* 태임(太姙) : 중국 주(朱)나라 왕계의 비이며, 문왕의 母이다.
* 칠거지악(七去之惡) : 처를 쫓는 일곱 가지 조목. 즉 시부모에 불순할 때, 자식을 못 낳거나 행실이 음란한 것, 질투가 심한 것, 중한 병을 가진 것, 구설이 사나운 것과 물건을 훔치는 버릇이 있는 것을 말한다.
* 삼종지도(三從之道) : 어릴 때는 부모를 쫓고, 시집가서는 남편을 쫓고 남편이 죽은 후에는 자식을 쫓는 것을 말한다.
* 사친지도(事親之道) : 부모를 섬기는 도리.
* 애일지심(愛日之心) : 세월을 아끼는 마음, 즉 부모가 늙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는 마음.
* 온공(溫恭) : 온순하고 공경하는 것에.
* 혼정지성(昏定之省) : 아친 저녁으로 부모께 문안드리는 것.
* 석 달 事觀 : 석 달 동안 시부모를 섬기는 일을 말한다. 혼인 후 몇 달 동안 부부가 떨어져 살다가 신부가 신행하여 석 달 동안 시집살이를 하고 그후에 근친 간다.
* 사질 : 사정이.
* 냉철없이 : 아주 깜박.
* 잠죽히 : 말없이.
* 공궤(供饋) : 음식을 바치는 것.
* 칭탁(稱託) : 구실. 핑계.
성효가 지성하면 얼음 속에 잉어 나고
설중에 죽순이라 의복을 받아오되
한서를 살펴봐서 철철이 때를 찾아
생각 전에 바치오며 품 맞고 길이 맞고
일념에 조심하고 기운이 첨상되야
황황한 이 모양이 주야에 전읍이라
잠시도 잊지말고 탕로를 친집하며
급한중 정신차려 약물을 조심하라
효성이 극진하면 복상이 쉽사오니
복상이 되신 후에 평시와 가깝거든
안색도 화케하며 몸수렴도 하나니라
시키신 일 있삽거든 물러가 진작하되
동동촉촉 조심하야 하다가 의심커든
다시금 사려하되 불안키 알지말고
자망으로 하지마라 내 난 것이 자망이요
내 난 것이 병통이라 먹던 술도 떨어지니
아난 길을 물어 가라 꾸중이 나리거든
황급히 들어보면 무비 다 교훈이라
교훈없이 사람되리 옳다고 발명말고
그르거된 자죄하되 속속히 개과하여
두 번 허물 짓지마라 한두 번 글러지면
옳던 일도 글러지고 한두 번 옳은 뒤난
용서가 쉬우니라 하해 같은 자정으로
더구나 감격하야 다시금 조심하라
쓰시난 기물 등도 애중히 녀기거된
하물며 친동기야 부모일신 갈랐으니
그 아니 친애할까
어구풀이
* 성효(誠孝) : 참된 효성.
* 얼음 속에 잉어 나고 : 왕상이는 극진한 효자로서 부모가 병인 나면 옷을 벗지 않고 시중을 하였다. 어머니가 병중에 잉어가 먹구 싶다 하니 추운 겨울에 옷을 벗고 얼음을 깨뜨려 잉어를 구하니, 그 효성에 감동하여 얼음이 절로 갈라져 잉어 두마리가 뛰여 나왔다 한다.
* 설중에 죽순이라 : 맹종이란 효자가 있었는데 어머니가 죽순을 좋아하여 한겨울에 죽순을 찾으니 맹종이 대밭에 들어가 죽순을 구하지 못하고 우니, 그 효성에 감동하여 죽순이 돋았다 한다.
* 첨상(添傷) : 더 쇠약해지는 것.
* 전읍 : 걱정하여 우는 것.
* 친지(親執) : 몸소 손수하는 것.
* 복상(復常) : 회복되는 것.
* 몸수렴 : 몸차림.
* 자망(自妄) : 잘난체 하며 버릇없는 것.
* 먹던 술 : 숟가락.
소소한 일 허물 말고 내 도리다 극진하면
남이라도 화합커든 동기야 이를손가
형제가 기흡하면 화락차담 하나니라
인간애 우애보전 내간에도 매였으니
우애가 끊어지면 화기가 다시 없어
가도가 부재하면 그 아니 한심하리
일척포 일승곡을 있난대로 갈라하고
우애만 생각하니 재물을 의론마라
재물 끝에 의 상하면 형제가 남과 같다
천륜으로 생긴 우애 나날이 솟아나니
형우제공 각각하면 목족도 되려니와
차차로 추원하면 봉선지심 절로 난다
예수를 다 알소냐 칭가유무 형세대로
제 일이 당하거던 전기에 조심하야
의복을 씻어 입고 제계를 정히 하되
부정지색 보지말며 부정지성 듣지말고
각자가 제수등물 정결토록 조심하야
한가지나 잊을세라 차차로 생각하야
정성이 지극하고 군고초창 그 가운데
신도가 흠향하고 여음이 있나니라
어구풀이
* 기흡(旣翕) : 뜻이 서로 잘 맞아 화합하고 즐거운 것.
* 화락차심(和樂且湛) : 희락하고 즐거운 것.
* 일척포 일승곡(一尺布, 一升穀) : 한 자의 베와 한 되의 곡식이나, 적은 양식.
* 목족(睦族) : 일가가 화목하는 것.
* 추원(追遠) : 조상을 따르는 것.
* 봉선지심(奉先之心) : 조상을 존경하는 마음.
* 칭가유무(稱家有無) : 집안 살림의 형편.
* 제수등물(祭需等物) : 제사에 쓰는 음식들.
* 군고초창 : 슬프게 향불이 타오르는 것.
조선의 기친 문호 그 아니 극중한가
문호를 수호하여 접빈객 길할세라
의당에 통지 있어 손님이 오시거든
없다고 눈속말고 있난 것 사념마라
반가음 볼지라도 조심을 다시 하여
반찬이 유무간에 먹도록 대접하면
아모집 아모댁이 안흠세도 없거니와
밖에서 생색이라 접빈객 하자하면
사령없이 되겠나냐 비복은 사령이라
수족과 같으니라 귀천이 다르나마
그도 또한 현육이니 살뜩이 거두우되
은위를 병시하라 위엄이 지중하면
중성이 전로 없고 은애를 과히하면
버릇없기 쉬우니라 의식을 살펴보와
기한이 없게 하며 의심커던 쓰지마라
시킨 후에 의심마라 양반이 의심하면
속을 뜨나니라 죄가 있어 꾸짖어도
사정을 촌탁하여 위령을 세우나마
의리를 타이르면 감복도 하려니와
위우가 없나니라
인간에 대부귀난 운수에 관계하나
안치산 잘못하면 손해가 없을소냐
근검이 으뜸이나 알봐가며 할 것이며
절용이 좋다해도 쓸 때야 안 쓸쏘냐
범백을 요량하야 중도에 맞게하라
못할 일을 한다하면 남에게 천히 뵈고
쓸 데를 아니 쓰면 남에게 득담한다
조선의 세전지업 한푼인들 허비하며
근로이 지은 농사 한 알인들 허용할까
직임조순 주식제의 여자의 본사로다
치산에 쓰난 기물 제 자리에 정해 두고
문호를 단속하며 실당을 정히 하라
여인주조 할지라도 언어를 조심하라
남의 흉이 한 가지면 내 흉이 몇 가지냐
착한 사람 본을 받고 흉한 사람 경계하면
그 중에 사장 있어 내 사람 느나니라
부녀의 본 성품이 편협하기 쉽사오니
일잇에 못 참은 말 후회한들 미칠소냐
참기를 위주하고 속 너르기 힘을 써라
차차로 행해가면 그것도 공부되어
천성도 고치거던 허물이야 짓겠느냐
매사를 당하거던 식사를 하지 말고
진정으로 하여라 식사는 헛일이라
남부터 먼저 아니 무색하기 측량있나
기름이 좋다하나 기름 끝에 흉이 있고
훼언이 설다해도 그것이 사장이라
훼언 듣고 자책하면 내 허물 내 알아서
다디사 명심하면 훼언이 예언되네
부녀 소리 높이하면 가도가 불길하니
빈계신명 옛 경계는 규범에 관계되니
진선진미 못할망정 유순하기 으뜸이라
주궁휼빈 하난 도와 시혜보은 하난 일이
옛부터 적선지가 차례로 규범있어
어른의 할 탓이라 네게야 관계있나
봉양군자 하난 도와 교양자녀 하난 법은
너의 듣기 수괴하야 아즉이야 다 못할다
너 사람 무던하니 허다한 경계지언
이만이만뿐이로다
어구풀이
* 안흠세 : 집안 부인이 가진 허물.
* 촌탁(忖度) : 헤아려 참작하는 것.
* 안(內)治産 : 부인의 살림살이.
* 빈계신명(牝鷄晨鳴) : 암 닭이 새벽에 울다. 곧 안 주장.
* 주궁휼빈(周窮恤貧) : 궁하고 가난한 것을 도와 주는 것.
* 시혜보은(施惠報恩) : 은헤를 베풀고 은헤를 갚는 것.
* 적선지가(積善之家) : 좋은 일을 많이 한 집.
* 봉양군자(奉養君子) : 남편을 잘 받드는 것.
* 경계지언(警戒之言) : 경계하여 가르치는 말.
계녀가
계녀가사(誡女歌辭)라고도 한다. 《조선민요집성(朝鮮民謠集成)》에 수록되어 있다. 작자 ․연대 미상으로 영남지방에 전하나 내용이 비슷한 가사가 여러 지방에서 700여 편이나 발견되었다.
나이 찬 딸의 출가를 앞두고 여자의 규범이 될 만한 고사(故事)를 어머니가 자신의 시집살이 경험과 결부시켜 노래한 내용이다. 그것은 추상적인 훈계가 아니라 구체적이고도 주도면밀한 것으로서 양가의 부녀다운 예절을 갖추도록 일깨워주고 있다. 대체로 서언(序言) ․사구고(事舅姑) ․사군자(事君子) ․화동생지친(和同生至親) ․봉제사(奉祭祀) ․접빈객(接賓客) ․태교(胎敎) ․육아(育兒) ․어비복(御婢僕) ․치산(治産) ․행신(行身) ․항심(恒心) ․결언(結言) 등의 순으로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