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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

가시리 (속요)

by happyssony 2024.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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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리

 

작자미상

 

가시리 가시리잇고 나는
버리고 가시리잇고 나는
위 증즐가 大대平평盛셩代ᄃᆡ

 

구절 풀이

 

* 가시리 : '가시리잇고'에서 음수율에 맞추기 위해 잇고를 생략한 형태. ‘가시겠습니까?’의 뜻. 임이 떠나는 것을 믿지 못하고 거듭 확인하는데서 이별을 원하지 않는 화자의 애절한 심정이 드러나 있다 * ᄂᆞᆫ  : 조흥구(助興句). 여음구(餘音句). 별다른 뜻은 없고 악률(樂律)에 맞추기 소리. 뒤에 이어지는 ᄂᆞᆫ 도 마찬가지다 * 버리고 : (나를) 버리고 * 위 증즐가 大平盛代 : 별다른 뜻이 없는 후렴구이다. ‘'는 감탄사이며 증즐가'는 악기의 의성어. ‘大平盛代는 후대에 궁중의 악곡으로 수용되는 과정에서 송축의 의미로 붙여진 구절이며 노래와 의미상 연결되는 바는 없다

 

현대어 풀이

 

가시려 가시렵니까.

(나를) 버리고 가시렵니까.

위 증즐가 태평성대

 

날러는 엇디 살라 ᄒᆞ

리고 가시리잇고 나

위 증즐가 大平盛代

 

구절 풀이

 

* 날러는 : 나는. 나더러는 * 엇디 : 어찌 * 살라 : 살라. 살아라 * 날러는 엇디 살라 ᄒᆞ 고 :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받아들이지 않고 강하게 붙잡으려는 전형적인 옛날 우리 여인네의 심적 태도가 드러나 있다

 

현대어 풀이

 

나더러는 어찌 살라하고

버리고 가시렵니까.

위 증즐가 태평성대

 

잡ᄉᆞ와 두어리마ᄂᆞᄂᆞᆫ

선ᄒᆞ면 아니올셰라

위 증즐가 대평성ᄃᆡ(大平盛代)

 

구절 풀이

 

* ᄉᆞ : (임을) 붙잡는다면 * 두어리마 ᄂᆞᄂᆞᆫ  : (떠나기를) 그만두겠지마는 * ᄒᆞ : 서운하면. 귀찮아 마음이 거칠어지면. 이 용어가 사용된 문헌상(文獻上) 용례(用例)가 없기에 정확한 뜻은 알 수 없으며 학자에 따라 풀이가 다르다 * 올셰라 : 올까 두렵습니다 * ᄉᆞ 와 ~ 올셰라 : 임을 보내는 서러움과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드러나 있다

 

현대어 풀이

 

임을 잡으면 그만둘 것이지만

서운하여 화를 내시면 아니 올까봐

위 증즐가 태평성대

 

셜온님 보내ᄋᆞᆸ노니 나ᄂᆞᆫ

가시ᄂᆞᆫ ᄃᆞᆺ 도셔 오쇼셔 나ᄂᆞᆫ

위 증즐가 대평성ᄃᆡ(大平盛代)

 

구절 풀이

 

* 셜온님 : (보내기가) 서러운 임. ‘셜온의 주체는 시적화자임 * 보내옵 : 보내드리니 * 가시 ᄂᆞᆫ ᄃᆞᆺ  : 가시는 듯이. 가시자마자 즉시 * 도셔 : 돌아서서. 다시 * 오쇼셔 : 오십시오. 오소서 * 가시 ᄂᆞᆫ ᄃᆞᆺ  셔 오쇼셔 : 가시는 듯 다시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원망(願望)이 함축적으로 드러남

 

현대어 풀이

 

(보내기가) 서러운 님을 보내옵나니.

가시는 듯 돌아오소서.

위 증즐가 태평성대

 

핵심정리

 

형식 : 4연의 분연체. 한시의 기, , , 결 형식

운율 : 3.3.2조의 3음보

표현 : 반복법 사용. 간결하고 소박한 함축적인 시어로 이별의 감정을 절묘하게 표현

주제 : 이별의 정한

의의 : 이별의 애달픔을 소박한 정조로 노래한 이별가의 절조(絶調)

 

해설

 

<시용향악보(時用鄕樂譜)>에서는, <귀호곡>이라는 제목으로 전해지는 이 노래는 사랑하는 임을 보내는 여인의 애절한 마음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한()의 정서가 잘 표현되어 있다. 간결한 형식에 소박하고 직접적인 시어로 이별의 애달픔을 소박한 정조로 노래하여 전통가요 중 이별가의 절조(絶調)로 불린다. 각 연을 살펴보면 1.2연에서는 떠나는 임에 대한 애소(哀訴)가 점점 더 고조된다. 이별의 원망감과 아쉬움이 절정을 이룬 3연에서는 붙잡고 싶은 욕망이 크지만 그것이 과하면 도리어 영영 임을 잃을지 모르기에 부득이하게 보내야 하는 절제와 체념이 표현되어 있다. 4연에서는 임을 보내는 서러움과 다시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여인의 정한(情恨)과 기구(祈求)가 잘 나타나 있다.

<시용향악보(時用鄕樂譜)><귀호곡>이라는 제목과 함께 속칭 <가시리>라 하였다는 점을 근거로 문헌에 정착되기까지 이 노래는 3단계의 과정을 거쳤음을 유추할 수 있다. 처음에는 특정 지방의 민요로서 제목 없이 노래로 불리어졌다. 이 노래의 형식이 후렴구와 이라는 여음구를 제외하면 4행을 1연으로 하는 2연의 민요체 가요가 된다. 이 소박한 형식의 노래가 원래의 노래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것이 전국적으로 널리 확산되어 <가시리>라는 제목을 얻고 마지막에 궁중음악으로 채택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후렴구와 이라는 여음구는 궁중음악으로 수용되면서 얻어진 음악적 형식미이며, ‘위 증즐가 태평성대라는 송축의 축사(祝辭)는 원가(原歌)의 의미상 맥락과 전혀 관계가 없으며 오직 궁중음악의 성격과 관련지어 생각해야만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즉 민요로서의 원가는 이별의 슬픔을 비극적 정조로 노래하고 있지만 궁중음악인 속악으로 수용되면서 태평성대를 구가하는 송축(頌祝)의 후렴구가 추가되었다고 추론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인의 보편적 정서인 이별의 정한'은 고구려의 '황조가'에서 근대 김소월의 진달래꽃에 이르기까지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가시리'의 경우 자기희생과 감정의 절제를 통해 재회를 기원(祈願)하고 있으며, 애절하고도 소박한 마음을 진솔하게 표현되고 있어 이별가의 절조(絶調)로 칭송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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