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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타지 설화

by happyssony 2024.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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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타지 설화

 

진성 여왕 때의 아찬인 양패(良貝)는 왕의 막내아들이다. 그는 당나라 때 사신으로 떠나면서 후백제의 해적들이 진도에서 뱃길을 가로막고 있다는 정보를 듣고 활 잘 쏘는 사람 50명을 뽑아서 자신을 따르게 했다. 양패 일행이 탄 배가 곡도라는 섬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풍랑이 거세게 일어났다. 그래서 열흘 동안 그 곳에서 묵게 되었다.

 

양패는 걱정이 되어 사람을 시켜 점을 쳐보게 하니

 

이 곡도에 신령스러운 못이 있는데, 거기에 제사를 드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 못에다 제사를 드리니 못물이 한 길이 넘도록 용솟음쳐 올랐다. 그리고 그 날 밤 한 노인이 양패의 꿈에 나타나 말하기를

 

활 잘 쏘는 군사 한 사람을 이 섬에다 남겨 두고 가면 순풍을 만나리라."

 

양패는 꿈에서 깨어나 부하들에게 그 꿈을 이야기 해 주고 누구를 머무르게 하는 것이 좋겠느냐는 의견을 물어 보았다. 부하들은 제의했다.

 

“50개의 나무 조각에 각기 이름을 적어 물에 넣어 보고, 그 이름에 물에 잠기는 사람이 남아 있기로 하고 제비뽑기를 합시다."

 

양패는 부하들의 제의대로 했다. 그들 50명의 궁수 가운데 거타지(居他知)란 자의 이름이 물 속에 잠겨 들었다. 결국 거타지를 그 섬에 남겨두고 양패공 일행은 떠나기로 했다. 그때 순풍이 불어와 출항이 순조로웠다.

 

홀로 남은 거타지는 시름에 잠긴 채 서 있었는데 홀연히 한 노인이 바로 제사를 드렸던 그 못에서 나왔다.

 

나는 서해의 해신(海神)이다. 매일 한 중이 해 뜰 무렵이면 하늘에서 내려와 다라니(주문)를 외면서 이 못을 세 바퀴 돈다. 그러면 우리 부부와 자손들은 물 위에 뜨게 된다. 이렇게 해 두고 그 중은 내 자손들의 간장을 빼먹어 왔다. 이제 내 자손들의 간장을 다 빼먹고 우리 부부와 딸 하나만 남겨두고 있는데, 내일 아침에도 그 중이 올 것이다. 부탁하건대 그 중을 활로 쏘아 주오."

 

거타지는 말하기를,

 

활 쏘는 일이라면 본래 나의 특기입니다. 말씀대로 하지요."

 

그 노인은 거타지에게 감사하고 다시 못 속으로 들어갔다.

 

거타지는 그 못 주변에 잠복해 기다리고 있었다. 이튿날, 동쪽에서 해가 떠오르자 과연 중이 내려왔다. 그 중은 전과 마찬가지로 주문을 외고 그 늙은 용의 간을 빼내려 했다. 그때 거타지는 활을 쏘았다. 화살은 명중되었다. 그 중은 늙은 여우로 변해 땅에 떨어져 죽었다.

그러자 노인은 못에서 나와 거타지에게 감사하며 말했다.

 

그대의 은덕을 입어 나의 생명을 보전하게 되었다. 내 딸을 그대의 아내로 데려가 주게."

거타지는 이에,

 

주시는 것을 마다하겠습니까? 진실로 제가 바라던 바입니다."

 

노인은 그의 딸을 한 송이 꽃으로 변하게 하여 거타지의 품속에다 넣어 주었다. 그리고 두 마리의 용에게 명하여 거타지를 받들어 앞서 간 양패 일행의 배를 따라잡게 하고, 또 그배를 호송하여 무사히 당나라 땅에 들어가도록 해 주었다.

 

당나라 사람들은 신라의 선박이 두 마리의 용에게 업혀오는 것을 보고 그 일을 황제에게 아뢰었다. 당나라 황제는

 

신라의 사자는 틀림없이 비상한 사람일 것이다."

 

하고 연희를 베풀 때 뭇 신하들의 윗자리에 앉히는 한편, 금과 비단을 하사했다. 고국에 돌아오자 거타지는 품속에서 꽃을 꺼내어 여자로 변하게 했다. 그리고 더불어 함께 살았다.

삼국유사 <진성여대왕 거타지>

 

유사 설화

 

이 설화와 비슷한 것으로는 <용비어천가>에도 있고, 제주도 서사 무가 <군웅본풀이>도 같은 유형이다. 또 이 설화는 인신공희(人身供犧)가 주 내용인데, 이것이 훗날 <심청전>의 근원설화(根源說話)가 되었다고 한다. 물론 이 설화는 거타지라는 초인적인 영웅의 이야기요, 심청전은 운명에 다소곳이 순종하는 여인이라는 점은 다르다.

 

감상

 

사람을 희생으로 삼아 제물로 바치는 화소(모티프)와 영웅의 악마 퇴치 설화가 합쳐진 설화이다. 악마를 퇴치하는 거타지는 영웅으로서의 면모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직접적으로 거타지를 제물로 바치고자 한 것은 아니다. 인신공희 모티프가 유사하다는 것이다. 다만 노인의 말에 의해 제비뽑기를 해서 거타지가 그 섬에 남게 된 것이다. 인신공희 모티프로 심청전에서 심청이의 인당수 제물로 바쳐지는 것이 있다.)

 

주제 : 영웅의 악마 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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